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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역사단체 공동 성명서 ( 2023-09-17 16:24:19 , visit : 196 )
글쓴사람: 관리자 [IP : 114.202.161.120]
호남사학회 회원께

최근 육군사관학교에 있던 홍범도 흉상 철거가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편향된 역사의식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한 행동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많은 역사 단체들이 흉상 철거를 반대하고 역사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하였고, 호남사학회에서도 이사진 회의를 통해 동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호남사학회 회장 송한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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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역사단체 공동 성명서 [전문]

2023년 8월 말, 대한민국 국민은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육사 교정의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접했다.

육사는 곧바로 흉상 철거 계획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미동맹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교내 기념물 재정비 사업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김좌진‧이회영‧지청천‧이범석‧홍범도 5인의 흉상이 육사의 정체성 및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육사의 자기 고백이었다.


2022년 8월 15일 광복절 77주년을 맞아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다모아공원에 세워진 홍범도 장군 흉상. ⓒ예제하
흉상 철거 계획에 대한 광복회 등 독립운동 기념 단체들의 반대가 잇따랐고, 육사는 결국 4인의 흉상은 교내에 두고 홍범도 흉상만 학교 밖으로 옮기겠다고 계획을 변경하였다.

국방부는 홍범도의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을 문제 삼았으며, 논란의 와중에 대통령은 “이념이 중요하다”, 국가안보실장은 홍범도의 후반기 삶이 육사 교육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이로써 육사와 국방부의 독립운동 역사 지우기, 독립운동에 대한 색깔론 제기가 윤석열 정부와 공감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산실인 육사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가, 광복을 보지도 못하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자신들의 편협한 주관에 따라 재단하는 것을 우리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우리는 육사와 국방부가 홍범도 흉상 철거 이유로 꼽은 세 가지 주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하나, 자유시참변 당시 홍범도가 독립군 살상에 참여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역사학계는 다양한 자료를 비교 분석하여 자유시참변의 기본 성격이 통합 방법을 둘러싼 독립군 부대들의 내분이었음을 밝혀냈다. 사망자를 낳은 무장해제의 책임은 고려혁명군 지휘부에 있었다.

홍범도는 유혈 사태를 우려했고 무장해제에 가담하지 않았다.

둘, 홍범도가 빨치산이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자였다고 주장하지만, 빨치산은 비정규군이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이나 의병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더욱이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에서 홍범도가 이끈 빨치산 부대는 3‧1운동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부대였으며, 독립전쟁의 주역이었다.

셋, 홍범도가 소련공산당에 입당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공산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고, 좌우를 막론하고 독립운동 세력은 소련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러기에 이승만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도 외무차장 이희경을 모스크바에 파견했다.

홍범도는 1922년 모스크바의 원동민족혁명단체회의에 참석하면서 ‘입국신고서’에 직업은 ‘의병’, 입국 목적과 희망은 ‘고려 독립’이라 썼다.

그는 1927년 59세의 나이에 소련공산당에 입당했으나,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이주되었다.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이주지에서 홍범도는 한인 사회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버팀목이었다.

육사와 국방부, 정부의 왜곡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랑인 평민 의병장, 대한독립군 대장, 북로정일제일군 사령관 홍범도가, 50만 고려인의 상징인 홍범도가 부관참시당했다.

윤석열 정부는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으로 야기된 사회적 논란에 상처를 입고 모욕을 받은 국민과 동포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우리 역사 연구자들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돌출된 사태가 아니라 현 정부가 벌인 일련의 ‘역사 부정’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 깊이 우려한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 강조했으나,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국내외 무장투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대통령이 힘써 강조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는 말은 국가보훈부의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 추진과 연결된다.

현 정부는 이승만 중심의 건국사만을 대한민국의 정통으로 강조하고 그와 결이 다른, 다양하고 풍부한 독립운동사를 배제하려 한다.

독립운동의 주요 세력이었던 좌익은 퇴행적인 ‘냉전적 역사인식’으로 몰아내고, 우익 중에서도 이승만을 탄핵했고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김구와 임시정부 세력은 떼어낸다. 반면에 이승만 정부가 제대로 척결하지 못했던 친일파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가보훈부는 백선엽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 전문에 나와 있듯이 항일 독립운동의 계승이다.

현 정부에 우리의 정체성이 항일인지 친일인지 묻고 싶다. 일본과 관계 개선을 빌미로 일본제국주의와 싸웠던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남짓에, 우리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벌써 두 번째 목소리를 모았다. 우리 역사 연구자들은 윤석열 정부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육사 교내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현 정부는 더 이상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반성 없이 독립운동사 왜곡, 민주주의 파괴자 기념, 역사교과서 개악으로 나아간다면, 우리 역사 연구자들은 세 번째, 네 번째 목소리를 더 크게 모을 것이다.

2023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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