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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신간소개] 고석규 호남사학회 회장님의 신간 《한국속의 한국사》 1권 입니다. ( 2016-03-28 10:17:35 , visit : 989 )
글쓴사람: 관리자 [IP : 168.131.50.102]

“우왕좌왕하는 ‘역사소비시대’ 중심을 바로잡아야죠”

[주목 이사람]‘한국사속의 한국사’ 펴낸 고석규 전 목포대 총장

“우리 현대사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역사를 써야 합니다. 현대사 연구가 축적된 터 위에서 학문적으로 접근해야지, 정치적이고 조급해선 안 됩니다. 자기 주장만 강요하면 결국 대결밖에 없지요.” 

최근 ‘한국속의 한국사’(느낌이 있는책)를 출간한 전 목포대 총장 고석규 박사는 1일 서울 시내 찻집에서 기자와 만나 속 얘기를 털어놓았다.


“지금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역사교육의 현안이 되고 있지요? 그런데 이렇게 우왕좌왕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이요. 한국사 교육을 강화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추게 하자는 것까지는 좋아요. 그렇지만 국정교과서가 그 답은 아니잖아요. 다양성을 토대로 창조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에 정부가 정해주는 하나의 답만 가르치는 역사교육은 시대착오적입니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고 박사는 우리 역사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예를 들어보죠. 새는 두 날개로 날고 수레는 두 바퀴로 돌아갑니다. 여기엔 두 날개나 두 바퀴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크면 새나 수레는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고 결국은 추락하거나 쓰러지고 맙니다. 그렇다고 두 날개나 두 바퀴가 꼭 같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좌우가 뒤뚱거리더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균형의 범위가 중요합니다. 이를 ‘소통의 범위’라고 할 수 있지요. 즉 좌와 우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갖는다 하더라도 상호 공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서로 대화할 수 있고 나아가 소통할 수 있는 거지요.”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고석규 박사는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여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추게 하자는 것은 좋지만 국정교과서가 그 답은 아니다”면서 “다양성을 토대로 창조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에 정부가 정해주는 하나의 답만 가르치는 역사교육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한다.
서상배 선임기자
역사교육이란 국정교과서가 제시하는 하나의 답과 달리 여러 답을 전제로, 자기 주도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참교육이라고 고 박사는 주장한다. 다시 말해 사실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역사인식을 키워주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국가기관입니다. 따라서 승자에게 휘둘리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반만년의 역사를 갖는 대한민국의 국사편찬위원회가 겨우 5년마다 바뀌는 역사 서술의 대행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역사학자들의 균형 있는 노력들이 더 필요하겠지만,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맡기듯 역사는 역사학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고 박사는 특히 우리의 역사 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강조했다. 

“미국에는 애국주의가 있지요. 이는 폐쇄적 민족주의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민족주의를 없애라고 충고했던 미국에서 애국주의의 풍조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얼마나 확대재생산되고 있는지 생생히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군사 재무장을 위해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는 일본은 어떻고, 또 이미 슈퍼 차이나가 되어 버린 중국은 또 어떤가요? 주변의 어떤 나라도 민족주의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점점 더 폐쇄적이 되어 가고 자국중심주의가 심각해져 가고 있을 뿐입니다. 자본의 논리에 대항할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밖에 없다고 봐요. 남북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는 궁극적인 힘도 바로 이런 민족주의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아울러 그는 여전히 소리 소문 없이 강력히 진행되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통일은 저절로 올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지요. 북한이 남한과 합쳐 통일을 이룰 거라는 건 우리의 기대일 뿐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다급해지면, 연변 조선족 자치주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중국은 이른바 동북공정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고 박사의 나직하면서도 열띤 ‘역사 강연’이 찻집에서 열리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돌아다보았다.

“동북공정이란 고구려의 옛 땅인 중국의 동북지역에 대한 학술연구입니다.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라고 보아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데 핵심이 있어요. 여차하면 북한이 중국의 자치주로 편입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역사 속에서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어요. 이는 영토 패권주의의 발로로, 당연히 문제가 있는 정책이지요. 그렇지만 현재 남과 북처럼 으르렁거리다가, 북한 정권 붕괴 후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포용적인 정책을 펴는 이른바 평화통일론이 우선되어야 함은 당연하지 않나요?”

고 박사는 최근 저서를 낸 의도를 인터뷰 말미에 설명했다. “인터넷 환경이 지금 웹 3.0시대에 들어섰어요. 한국사를 보는 차원도 이제 3.0 단계를 향해야 합니다. 각종 매체에 역사물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어요. ‘역사소비시대’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단순히 사실(史實)을 전해주기보다는 사실들과 함께 그 사실들에 대한 ‘비평’을 썼어요.”

그는 “인터넷 검색창에서 찾는 파편적 지식이 아니라 사실을 분석해 인과관계를 밝혔다”면서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면 외우지 않고도 외워지는 역사 공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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